"AI 도구 사용 가능" — 올해 코딩 면접 공고에 이 문구가 슬슬 붙기 시작했다. CoderPad 기준으로 기술 면접의 20~30%가 이미 AI 도구를 허용하고 있고, 35,000건 넘는 AI 활용 면접이 진행됐다.

"와, 이제 GPT 켜고 풀면 되겠네?"

이 생각부터 위험하다.

AI 허용 면접에서 떨어지는 사람의 공통점

AI가 뱉은 코드를 그대로 제출한다. BFS 코드를 복붙하면서 왜 BFS인지 설명 못 한다. AI가 준 답에 엣지케이스가 빠져 있는 걸 모른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LeetCode Medium 난이도 그래프 탐색 문제를 GPT에 넣으면 꽤 그럴듯한 BFS 코드가 나온다. 그런데 면접관이 "이 문제에서 DFS로 바꾸면 어떤 트레이드오프가 생기죠?"라고 물으면 멈춘다. 혹은 "입력 그래프에 사이클이 있으면요?"라고 꼬아서 물으면, AI가 처리해준 visited 체크 로직이 왜 거기 있는지 설명 못 한다.

기업이 보려는 건 완전히 달라졌다.

  • 이 문제에 왜 슬라이딩 윈도우를 쓰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 AI가 생성한 코드의 시간복잡도를 즉석에서 판단할 수 있는가

  • AI 출력물에서 버그를 직접 잡아낼 수 있는가

Meta, Anthropic, Google 전부 여전히 자료구조와 알고리즘을 본다. Google은 인턴부터 시니어 스태프까지 모든 JD에 "data structures and algorithms" 경험을 명시하고 있다. 달라진 건 외워서 치는 능력이 아니라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 Anthropic의 경우 코딩 면접에서 "AI 도구를 써도 좋다"고 하면서 동시에 페어 프로그래밍 형태로 진행한다.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 자체를 실시간으로 본다는 뜻이다. 결과물이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을 평가하겠다는 시그널이다.

카카오도 시그널을 보냈다

카카오는 2025년부터 코딩테스트에서 전체 테스트케이스 점수를 보여주지 않는다. 예전엔 제출하고 "80점이네, 엣지케이스 하나 빠졌나" 추론이 가능했다. 이제 제공된 샘플 케이스만 돌릴 수 있다.

자기 코드를 스스로 검증하는 능력. 그게 더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네이버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채용 코딩테스트에서 문제 길이가 눈에 띄게 길어졌다. 알고리즘 자체는 그리디나 구현 수준인데, 조건문이 촘촘하게 엮여 있어서 문제를 정확히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관건이다. AI에게 이 긴 조건문을 통째로 넘겨도 미묘한 경계 조건에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람이 조건을 하나씩 검증해야 한다.

"그래도 AI 쓰면 유리하지 않냐"는 반론

맞다. 유리하다. 부정할 이유가 없다.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생성, 표준 라이브러리 함수명이 기억 안 날 때 빠르게 확인, 초기 접근법 브레인스토밍 — 이런 용도로 AI를 쓰면 확실히 시간을 아낀다.

문제는 그 유리함의 천장이 낮다는 거다. 모든 지원자가 똑같이 AI를 쓸 수 있는 환경에서, AI 활용 능력은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기본 전제가 된다. 계산기를 쓸 수 있는 수학 시험에서 계산기 잘 쓰는 게 합격 요인이 아닌 것과 같다. 결국 갈리는 건 문제 해석, 알고리즘 선택 근거, 코너케이스 감지 — 전부 AI가 대신 못 해주는 영역이다.

그래서 뭘 바꿔야 하나

패턴 17개 — 투 포인터, 슬라이딩 윈도우, 이분 탐색, BFS/DFS, DP, 백트래킹 등 — 를 달달 외우는 건 이제 절반짜리 준비다. 각 패턴이 왜 이 문제에 적합한지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연습을 같이 해야 한다. "이분 탐색 쓰는 이유요? 정렬된 배열에서 탐색 범위를 절반씩 줄일 수 있으니까요" — 이 정도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연습법을 하나 제안한다. 문제를 풀고 나서 바로 다음 단계를 추가한다: AI에게 같은 문제를 풀게 하고, 그 코드를 리뷰한다. AI가 놓친 엣지케이스가 있는지, 시간복잡도가 최적인지, 불필요한 자료구조를 쓰지 않았는지 따져본다. 이 과정이 실제 AI 허용 면접의 시뮬레이션이 된다.

삼성 SW 역량테스트도 마찬가지다. 단순 알고리즘 지식보다 조건 해석, 구현 정확도, 시뮬레이션 능력을 복합적으로 요구하는 문제가 반복 출제되고 있다. 한 문제 안에 조건이 열 개 넘게 들어가는 유형. AI한테 던져봐라 — 조건 두세 개는 빠뜨린다. 지난해 하반기 기출만 봐도 3차원 배열에 방향 전환 조건, 우선순위 규칙, 예외 처리가 한 문제에 전부 들어갔다. 이걸 정확하게 구현하려면 조건표를 손으로 그리면서 하나씩 체크하는 수밖에 없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코테 실력은 코드 타이핑 속도가 아니다.

외운 코드는 AI가 더 빨리 친다. 당신의 무기는 판단력이어야 한다.